미국 증시는 강한데 회사채 자금은 빠진다, 하이일드 신용스프레드가 보내는 위험 신호

미국 증시의 위험을 확인할 때 대부분 VIX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부터 확인합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제가 하나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바로 하이일드 신용스프레드(High Yield Credit Spread)입니다.
9월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5%를 넘어섰고 연준도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S&P500은 고점에서 크게 무너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자금 흐름입니다.
최근 미국 주식에는 강한 자금이 유입됐지만 투자등급 회사채와 하이일드 회사채에서는 동시에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주식시장과 회사채 시장이 서로 조금 다른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사채 시장이 주식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최신 하이일드 신용스프레드와 등급별 차이를 통해 현재 미국 증시의 위험도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신용스프레드가 중요한 이유
신용스프레드는 쉽게 말해 기업이 미국 정부보다 얼마나 더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 수익률이 5%이고 비슷한 조건의 회사채 수익률이 8%라면 약 3%포인트가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추가 보상입니다.
기업의 재무상태가 좋아지고 경기 전망이 안정적이라면 투자자는 많은 추가 금리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업의 부도 위험이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면서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됩니다.
ICE BofA의 하이일드 OAS는 미국 투자부적격 회사채가 국채 대비 어느 정도 추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최신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아직 낮습니다
9월 17일 기준 미국 하이일드 전체 OAS는 2.70%입니다.
9월 11일 2.65%, 15일 2.76%, 17일 2.70%로 움직였습니다.
국채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과 비교하면 회사채 스프레드의 움직임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9월 18일 5.01%를 기록했습니다.
미 재무부 자료를 보면 9월 9일 4.83%였던 10년물 금리가 약 일주일 만에 5% 선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이 부담하는 금리가 높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기업 신용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는 회사채 위험 프리미엄보다 국채금리 자체가 올라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 영향이 더 큽니다.
즉 전체 신용시장이 위기 상황에 들어갔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런데 CCC 등급에서는 완전히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전체 하이일드 지수만 보면 시장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신용등급별로 나누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9월 17일 기준 BB 등급 OAS는 1.56%, B등급은 2.77%입니다. 반면 신용도가 가장 낮은 CCC 이하 등급은 10.76%에 달합니다. 투자등급 중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BBB 등급은 0.95% 수준입니다.
B등급과 CCC 이하의 차이를 계산하면 약 7.99%포인트, 799bp입니다.
이 격차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모든 기업의 신용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재무구조가 가장 약한 기업에 위험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하이일드 시장에서 전체 OAS 2.70%보다 이 부분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주식에는 돈이 들어오는데 회사채에서는 빠지고 있습니다
최근 자금 흐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Bank of America가 EPFR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9월 16일까지의 한 주간 자금 흐름을 보면 글로벌 주식펀드에는 순 793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 주식으로만 638억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반면 투자등급 회사채에서는 10억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에서는 25억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즉 최근 시장에서는
주식 → 강한 자금 유입
하이일드 채권 → 자금 유출
이라는 서로 다른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한 주간의 펀드 플로만으로 시장 방향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선 상황에서 하이일드 채권 자금까지 빠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계속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BofA 역시 당시 하이일드 스프레드 자체는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신용위험이 갑자기 재평가되는지가 향후 중요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증시는 아직 버티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신용시장보다 훨씬 강합니다.
9월 18일 S&P500은 7,650.50으로 마감하며 하루 0.17% 상승했습니다. 나스닥도 0.40% 올랐습니다.
같은 날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섰고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했지만 주식시장은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수 아래에서는 약한 신호도 나타났습니다.
9월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1.78배 많았고, 나스닥에서도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1.42배 많았습니다.
S&P500은 상승했지만 시장 전체 종목이 함께 강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을 신용시장과 연결해보면 현재 상황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형주 중심 주가지수는 강하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종목별·기업 신용도별 차별화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위기’보다 ‘양극화’를 보는 것이 맞습니다
현재 데이터를 보고 바로 미국 증시 위험 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전체 하이일드 OAS가 2.70%에 머물러 있고 BB와 B등급 스프레드 역시 급격하게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용시장 전체가 심각한 경기침체나 기업 부도 증가를 예상한다면 하이일드 전체 OAS도 빠르게 확대되어야 합니다.
아직 그런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부를 보면 상황은 다릅니다.
CCC 이하 스프레드는 10%를 넘고 있습니다.
회사채에서는 자금이 빠지고 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5% 선에 올라섰습니다.
연준도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3.75~4.00%로 올렸으며 추가 긴축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신용위기가 시작됐다기보다 고금리를 버틸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시장에 더 가깝습니다.
고금리가 오래 갈수록 차환 위험이 중요해집니다
제가 신용스프레드를 계속 확인하려는 이유는 금리가 단기간에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기존 채권이 만기가 되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다시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3~4%로 빌린 돈을 앞으로 7~10% 이상의 비용으로 다시 빌려야 한다면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를 차환 위험(Refinancing Risk)이라고 합니다.
현금흐름이 충분한 대기업이라면 높은 금리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고 부채가 많은 기업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런 기업부터 이자비용이 늘고, 신용등급이 내려가고, 채권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CCC 이하 스프레드가 유독 높은 이유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B와 BB입니다
현재 CCC 이하의 높은 스프레드만으로 미국 증시 전체 위험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다음 단계가 중요합니다.
현재 B등급 OAS는 2.77%, BB등급은 1.56%입니다.
만약 CCC에서 나타난 신용 스트레스가 B등급으로 번지고, 다시 BB까지 빠르게 확대된다면 신용위험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확인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CCC → B → BB → BBB
낮은 등급에서 시작된 스프레드 확대가 높은 등급으로 올라오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지난 글에서 분석했던 EPS 리비전입니다.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동시에 기업 EPS 전망까지 하향되기 시작한다면 단순한 채권시장의 가격 변동보다 의미가 커집니다.
결국
신용스프레드 확대 + EPS 하향 + 시장 폭 악화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다소 특이한 조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5% 수준입니다.
연준은 다시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하이일드 채권에서는 자금이 빠져나왔습니다.
그럼에도 S&P500과 나스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 하이일드 신용스프레드도 아직 낮습니다.
이 말은 현재 시장이 경기침체나 기업 부도의 급증을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CCC 이하 기업에서는 이미 상당한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S&P500이 하루 1% 올랐는지 내렸는지가 아닙니다.
약한 기업에서 시작된 신용 스트레스가 우량 기업으로 확산되는가
이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전체 HY OAS가 낮은 상태에서 CCC만 높다면 기업 간 차별화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전체 HY OAS와 BB·B등급이 동시에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시장 위험을 한 단계 높여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용어 간단 정리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
회사채가 미국 국채보다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금리 차이입니다.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
신용등급이 투자등급보다 낮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입니다.
OAS(Option-Adjusted Spread)
채권에 포함된 옵션의 영향을 제거해 국채 대비 추가 위험 프리미엄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bp(Basis Point)
금리 차이를 표시하는 단위입니다. 100bp가 1%포인트입니다.
CCC 등급
투자부적격 회사채 중에서도 신용위험이 매우 높은 등급입니다.
차환 위험(Refinancing Risk)
기존 부채 만기 이후 새로운 부채로 갈아탈 때 금리 상승이나 신용 악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위험입니다.
마무리
현재 회사채 시장이 미국 증시의 대규모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9월 17일 기준 전체 하이일드 OAS는 2.70%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분명히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CCC 이하 OAS는 10.76%까지 올라가 있고, 최근 한 주 동안 미국 주식에는 638억 달러가 유입된 반면 하이일드 채권에서는 25억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신용위기가 왔는가”보다 “신용 스트레스가 어디까지 확산되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앞으로 CCC에서 시작된 스프레드 확대가 B와 BB등급으로 번지는지, 동시에 EPS 전망과 시장 폭까지 악화되는지를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가는 시장이 기대하는 미래를 보여주지만 신용스프레드는 기업이 그 미래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두 시장의 방향이 계속 엇갈리기 시작한다면 그때가 미국 증시에서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시점입니다.
자료 출처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FRED / ICE BofA Indices
미국 하이일드·BB·B·CCC·BBB 신용스프레드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미국 국채 수익률 자료
Bank of America Global Research / EPFR
미국 주식 및 회사채 펀드 자금 흐름
Reuters
연준 금리 결정 및 미국 증시·채권시장 흐름
※ 신용스프레드 등급 간 격차와 일부 수치는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계산했습니다.
본 글은 투자 판단을 위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주식이나 채권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메이크머니 운영자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